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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30

일산, 힙포 쌀국수 방문기

지난 일요일 오후, 파주 쪽에 잠시 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일은 금방 끝났고, 이미 점심시간은 살짝 지난 뒤였다. 돌아오는 길, 뭐라도 가볍게 먹자며 일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마주친 간판 하나. ‘힙포’. 오른쪽에는 뼈해장국집, 왼쪽에는 베트남 쌀국수집. 딱 반으로 갈린 길 앞에서 아내와 잠시 서 있었다. “해장국은 너무 무거워.” “그치, 오늘 같은 날은 가볍게 볶음국수 같은 게 좋지 않아?” 결국 방향은 왼쪽이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불향이 스며 나왔다. 국물 쌀국수집일 줄 알았는데 메뉴판에는 볶음국수와 볶음밥이 가장 위에 있었다. 조금 의외였지만, 그 ‘예상 밖’이 오히려 반가웠다. 우리는 소고기 볶음국수와 해산물 볶음밥을 주문했다. 주문하자마자 주방 쪽에서 들려오..

일상의 기록 2025.10.31

화난 원숭이 실험에서 배운 것, 그리고 나의 이야기

어제 평소 다니는 모임에서 세바시의 구범준 PD가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세바시는 오래전부터 알고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그것을 기획한 구범준 PD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의 강연은 CBS 기독교 방송국 PD 출신인 그가 어떻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변화의 언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난 원숭이 실험’**이었다. 그가 말한 실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연구자는 네 마리의 원숭이를 우리에 넣고, 그 한가운데 장대 하나를 세워 그 꼭대기에 바나나 한 송이를 매달았다. 배가 고픈 원숭이들이..

일상의 기록 2025.10.30

[3편] 발견의 시대, 소비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감각으로 움직인다

예전의 쇼핑은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검색창을 열고, 제품명을 입력하고, 가격을 비교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소비의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그들은 ‘발견’한다. SNS를 넘기다 우연히 본 짧은 영상, 브이로그 속 자연스러운 협찬 제품, 친구가 올린 피드 한 장면 속에서 눈에 들어온 아이템. 이 모든 ‘우연한 순간’이 구매의 출발점이 되었다. 소비는 이제 계획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일어난다. 발견형 쇼핑(Discovery Commerce)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소비의 패턴’이 바뀌었다는 신호다. 검색이 목적지였다면, 스크롤은 여정이다. 소비자는 ‘무엇을 사야겠다’보다 ‘무엇이 나를 끌어당..

유통 트렌드 2025.10.30

[재가요양 11] 공간이 달라지고, 관계도 달라지다

장모님을 댁에서 모시기 시작한 이후, 집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만 찾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생활의 중심지로 변했다. 식탁은 더 이상 식사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돌봄과 일상이 교차하는 작은 거점이 되었다. 가족이 모여 식사하거나 돌봄 계획을 상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공간은 우리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공간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다. 장모님이 재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셨을 때, 침대와 욕창 방지 매트, 휠체어를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집안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손을 봐야 하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복도에 턱이 있어 휠체어 이동이 불편했고, 욕실은 미끄럽고 손잡이가 없어..

사고와 보상 2025.10.29

여행의 디테일, 짐을 꾸리는 손끝과 좌석을 고르는 마음

공항의 풍경은 언제나 비슷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캐리어에 넣고, 무표정한 얼굴로 보안 게이트를 통과한다. 누군가는 출장의 무게를, 또 누군가는 여행의 설렘을 짊어진 채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느낀다. 정작 ‘여행의 시작’은 티켓 예매나 공항 출입이 아니라, 짐을 꾸리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것을. 여행의 디테일은 늘 사소한 선택들 속에 있다. 무심코 가방에 넣은 물건 하나,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좌석 하나가 때로는 그날의 비행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들리는 익숙한 소리. “고객님, 이건 기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줄 서 있는 여행객들의 시간과 표정이 일제히 멈춘다. 짐을 꾸릴 때마다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보조..

일상의 기록 2025.10.27

늦은 밤 꺼지지 않는 불빛, 그곳에 있는 사람들

조용한 상가의 불빛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식당, 카페, 작은 가게, 그리고 1인 온라인몰까지. 그 안에는 이 시대의 또 다른 노동자들이 있다.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 나와 새로운 생계를 꾸린 사람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계가 바로 오늘의 자영업이다.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약 373만 원이고,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약 161만 원이다. 표면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나지만, 그 안에는 안정성의 벽이 존재한다. 직장인은 일정한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자영업자는 매출과 비용에 따라 매달 수입이 달라진다.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비, 카드 수수료 같은 보이지 않는 고정비가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근로자와 사업자의 경계 위에서 하루하루 버티..

일상의 기록 2025.10.26

[2편] 디테일이 경쟁력이다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그러나 어떤 기업은 무너지지 않고, 어떤 브랜드는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그 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큰 전략’이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외형적 확장보다 업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할 시기다. 소비부진의 시대일수록, 본질에 집중하는 기업이 가장 빠르게 회복한다.유통의 본질이 ‘물건을 연결하는 일’이라면, 그 연결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디테일이 필요하다. 상품의 진정성, 서비스의 온도, 브랜드의 태도. 이 모든 디테일이 모여 ‘업의 철학’을 완성한다. 모두가 비슷한 제품을 팔고, 비슷한 플랫폼을 쓴다. 기술과 자본의 격차는 줄어들었고, 이제는 ‘업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을 다루는 방식에서 신뢰를 느낀다...

유통 트렌드 2025.10.24

[1편] 소비 부진 시대, 유통 기업이 살아남는 법

가을이 깊어지면 도시는 조금 느려진다. 카페의 창가에도, 마트의 계산대에도, 어디선가 체감되는 공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를 사고, 필요한 물건을 고르지만, 예전처럼 가볍게 결제창을 누르지는 않는다. 무엇을 살지보다 ‘이걸 지금 사야 할까?’를 먼저 묻는 시기. 이것이 요즘의 소비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그 수치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하락 곡선이 아니다. 그건 지금 우리의 마음, 소비라는 일상적 행위가 얼마나 신중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온도계다.우리는 여전히 소비하지만, ‘어디서’와 ‘어떻게’가 달라졌다. 백화점의 조명은 여전히 밝지만, 발걸음은 줄었다. 대형마트의 통로에는 더 많은 진열이 있지만, 장바구니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

유통 트렌드 2025.10.23

[재가요양 10] 돌봄이 일상이 되기까지

어느새 주말은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생활 패턴이 되었다. 처음엔 낯설고 버거웠던 일정들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가족 행사가 있는 것처럼, 아내는 주말이면 당연하다는 듯 장모님 댁으로 향한다. 평일에는 간혹 야간을 맡을 때가 있지만, 주말은 언제나 아내의 시간으로 고정되어 있다. 우리 가족의 주말 풍경은 그렇게 서서히 하나의 질서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침대와 주변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밤새 체위 변경이 잘 되었는지, 기저귀나 시트 교체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뇌경색 이후 침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모님에게는 공기 순환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기본 점검이 하루의 시작을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고, 주말 간병..

사고와 보상 2025.10.22

조용해진 저녁, 이렇게 빨리 회식 문화가 변할 줄이야...

언제부턴가 저녁이 조용해졌다. 퇴근 후의 약속이 줄고, “오늘 회식 있나요?”라는 말도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단순히 식사 자리를 없앤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리듬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몇년 전 독일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캐나다 회사에서 일할 때, 한국인 사장이 현지 직원에게 “오늘 저녁에 회식하자”고 제안했다가 직장 내 사적 모임 강요로 소송을 당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한국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아, 문화가 다르구나....’그때는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흔하지 않겠지만, 한국도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하다. 특히 팬데믹 이후, 그 변화의 속도는 상상..

일상의 기록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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