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의 독특한 형태였다. 정면은 한두 간 남짓 좁디좁은데, 그 안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진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축 일을 하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도로에 면한 폭에 따라 세금을 냈거든. 그래서 다들 정면은 최대한 좁히고, 뒤로 길게 뺐던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니 도시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세금 제도라는 작은 규정 하나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그 형태가 다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한 셈이었다. 베트남의 집들은 대부분 1층이 상가, 위층이 주거 공간이다. 좁은 땅에서도 상업과 삶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구조다. 낮에는 식당이나 카페, 이발소로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