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복잡해진 탓에, 책장 한켠에 꽂혀 있던 『초한지(楚漢志)』를 다시 펼쳤다. 어릴 적에는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보이던 이 책이, 지금은 인간의 마음을 다룬 심리서처럼 느껴진다.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그 속에는 시대를 넘어선 인간의 본성이 숨어 있다. 그리고 문장 사이마다 사자성어(四字成語)들이 흩어져 있다. 단순히 한문 공부의 소재가 아니라, 세상살이의 압축된 문장들이다. 정리라기보다, 기억을 더듬듯 몇 가지를 적어본다. 한신(韓信)이 퇴로를 끊고 싸웠다는 ‘배수진(背水陣)’이라는 말은 이미 너무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때 한신은 단순히 병사들의 결의를 다지려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두려움을 끊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결단의 순간에는,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야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