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맞아 베트남에 사는 지인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들썩이며 귀향길에 오르는 시기였기에, 비행기 안에서도 ‘명절 기분’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베트남 현지에 도착해보니, 거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게도 그대로 열려 있었고, 사람들은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지인이 무심하게 말했다. “여긴 추석이 없어요. 삼모작이라서요.” 처음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추석’이라는 말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들어본 적이 있었고, ‘중추절(中秋節)’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모작이라 추석이 없다’는 말은, 문화의 차이를 농업과 기후로 설명하는 듯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