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소 다니는 모임에서 세바시의 구범준 PD가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세바시는 오래전부터 알고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그것을 기획한 구범준 PD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의 강연은 CBS 기독교 방송국 PD 출신인 그가 어떻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변화의 언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난 원숭이 실험’**이었다. 그가 말한 실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연구자는 네 마리의 원숭이를 우리에 넣고, 그 한가운데 장대 하나를 세워 그 꼭대기에 바나나 한 송이를 매달았다. 배가 고픈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보자마자 장대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그 순간 연구자가 찬물로 세게 물벼락을 퍼부었다.
놀란 원숭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장대에서 내려왔다. 그 후로 아무도 다시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연구자는 원숭이 두 마리를 새로 교체했다. 굶주린 신참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향해 올라가려 하자, 기존 원숭이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할퀴고 끌어내렸다. “올라가면 물벼락을 맞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 중 누구도 물벼락을 직접 맞은 적은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네 마리 모두 교체되었다. 이제 그 어떤 원숭이도 물벼락의 존재를 몰랐지만, 새로 들어온 원숭이가 장대에 오르려 하면 모두가 합심해 그를 막았다. 그때부터 “장대는 오르면 안 되는 것”이라는 근거 없는 규칙이 만들어졌고, 그것은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는 ‘관습’이 되었다.
여기서 구범준 PD는 퀴즈를 하나 냈다.
그러다 한 마리의 원숭이가 용기를 내어 장대에 오르기 시작했다면? 그리고 누구의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고, 결국 바나나를 손에 넣었다면?
구범준 PD는 이렇게 물었다. “그 원숭이는 어떤 생각을 가진 원숭이일까요?”
그가 강연 중에 그 답을 말해주었지만, 나는 이 글에서 그 답을 소개하지 않으려 한다. 그 해답은 독자 각자의 상상 속에 남겨두는 편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다. 사실 답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조직생활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왜 그런지도 모른 채, 그저 “이게 안전하다”, “이게 중간은 간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조정하며 살아가는 모습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를 먹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세상은, 그 ‘한 마리의 원숭이’처럼 이유를 묻고, 다시 장대에 오르는 사람에 의해 조금씩 바뀌는지도 모른다.
물벼락은 이미 멈췄다. 이제는 누군가 다시 올라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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