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좁고 길게, 베트남의 집이 말해주는 도시의 지혜

rememberwaru 2025. 10. 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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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의 독특한 형태였다. 정면은 한두 간 남짓 좁디좁은데, 그 안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진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축 일을 하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도로에 면한 폭에 따라 세금을 냈거든. 그래서 다들 정면은 최대한 좁히고, 뒤로 길게 뺐던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니 도시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세금 제도라는 작은 규정 하나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그 형태가 다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한 셈이었다. 베트남의 집들은 대부분 1층이 상가, 위층이 주거 공간이다. 좁은 땅에서도 상업과 삶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구조다. 낮에는 식당이나 카페, 이발소로 활기를 띠고, 밤이 되면 가족의 식탁이 놓인다.

 

본문 내 이미지는 ChatGPT · DALL·E 등 AI 도구로 직접 생성한 것입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삶과 일이 겹쳐 있는 그 구조 속에는 도시적 효율과 공동체적 정서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가족이 늘어나면 뒤쪽이나 위층으로 증축해 나간다.

 

호치민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새로 덧붙인 듯한 콘크리트 벽과 오래된 목재 창틀이 공존하는 집들을 자주 볼 수 있다.‘시간이 층층이 쌓인 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한 채의 건물 안에도 세대의 역사와 변화가 녹아 있다. 열대의 더운 공기를 피하기 위해 앞뒤로 바람이 통하게 창을 내고, 벽면에는 이웃집과 맞닿은 채로 서로의 그림자를 공유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바람길과 빛의 통로를 만드는 건 오랜 세월 축적된 생활의 기술이다. 그래서 베트남의 집들은 단순히 세금 회피의 산물이 아니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의 여유를 만들어내려는 생활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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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을 걸으며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지하주차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는 건물 앞 도로변이나 골목가에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그 이유 역시 베트남의 도시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호치민은 열대 몬순 기후로 연중 강수량이 많고, 지하수가 높아 지하를 깊게 파기가 어렵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엔 침수 위험이 커서, 건물을 지을 때도 대부분 기초만 얕게 파고 1층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다. 좁은 도로, 빽빽한 건물, 얽힌 배수관과 전선 구조 때문에 지하를 새로 파서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물은 지하 대신 1층 일부를 오토바이 주차 공간으로 활용한다.

 

본문 내 이미지는 ChatGPT · DALL·E 등 AI 도구로 직접 생성한 것입니다.

 

베트남은 여전히 오토바이가 생활의 중심이다. 자동차보다 훨씬 작고, 주차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굳이 지하주차장이 없어도 도시는 움직인다. 오토바이 몇 대가 빠져나가면 그 자리가 바로 식당의 야외 테이블이 되고, 밤에는 가족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한다. 주차장 없는 도시지만, 공간은 끊임없이 ‘재활용’되고 ‘전환’된다. 오늘날 호치민과 하노이의 거리에는 여전히 그런 ‘튜브하우스’들이 서 있다.


다만 외벽에는 유리와 금속, 녹색 식물들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좁고 긴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내부는 놀라울 만큼 세련되고 실용적으로 변했다. 좁은 폭 안에 카페, 갤러리,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젊은 건축가들은 그 안에 자연광과 통풍을 살린 새로운 디자인을 실험한다. 시대는 변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같은 철학이 흐른다.


좁더라도 길게, 작더라도 깊게.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깊게 뻗어나가려는 의지, 그것이 바로 베트남의 건축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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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집이 좁고 길게 지어진 이유를 이해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 거리마다 끝없이 이어진 건물의 행렬, 그리고 그 사이에 단 한 줄의 틈도 보이지 않는 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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