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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 11

#2. 합포장 노하우는 규제 이후에 경쟁력이 되는가?

합포장은 오랫동안 효율의 기술이었다. 배송비를 줄이고, 고객에게는 한 상자로 묶인 경험을 제공하며, 물류센터의 작업 동선에도 일관성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합포장은 단순한 포장 방식이 아니라 운영 노하우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포장 규제가 논의된 이후, 합포장은 낯선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큰 박스를 쓴다는 이유로, 혹은 여백이 많아 보인다는 이유로 합포장이 과대포장의 원인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해석은 절반만 맞다. 합포장은 과대포장의 원인인가?합포장이 과대포장처럼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여러 상품을 한 박스에 담기 위해 박스 크기를 키우다 보면 필연적으로 여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문제의 중심은 합포장이 아니다. 설계되지 않은 합포장이다. ㅇ 상품 간 크기 편차가 ..

유통 트렌드 2025.12.29

#1. “상품 크기의 2배 넘는 택배 상자 못 쓴다”

최근 보도된 기사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상품 크기의 2배가 넘는 택배 상자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문장을 계기로 여러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포장 규제는 과연 현실적인가. 현장은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 것인가. 이 질문들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이 연재에서는 포장 규제를 단일한 정책 이슈로 보지 않고, 운영 전반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로 삼아보려 한다. 앞으로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포장 규제는 왜 포장만의 문제가 아닌가합포장 노하우는 규제 이후에 경쟁력이 되는가포장은 출고 단계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배송 ..

유통 트렌드 2025.12.28

올리브오일, 생각보다 단순한 이야기

최근 올리브오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식용유를 바꿨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요리를 시작하면서 올리브오일을 찾게 됐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올리브오일을 처음 마주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건 기대보다 혼란이 먼저였다는 점이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올리브오일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는데, 이름은 제각각이었다. 엑스트라 버진, 퓨어, 버진, 포마스. 가격 차이도 컸고, 설명은 짧았다. 결국 나는 가장 익숙해 보이는 단어를 고르고,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을 집어 들었다.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써보면서 또 다른 질문들이 생겼다. 어떤 오일은 향이 너무 강했고, 어떤 오일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어느 날은 병 안에..

유통 트렌드 2025.12.22

왜 ‘전환율 좋은 상품’이 꼭 좋은 상품은 아닐까?

늘 숫자를 보는 입장에서, 상품의 구매전환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듣곤 한다. 그리고 전환율이 높은 상품이니 더 매입해서 매출을 해야한다는 말도 많이들 하곤 한다. 물론 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그 상품이 한 번은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회의실에서 전환율은 늘 가장 먼저 언급된다. 클릭 대비 구매, 노출 대비 결제. 전환율이 좋다는 말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이 상품은 잘 팔린다.”“성과가 검증됐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이 문장 뒤에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정말 좋은 상품일까? 전환율은 매우 정직한 숫자다. 보여준 것 중에서 얼마나 샀는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전환율은 왜 샀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싸서 샀는지, 급..

유통 트렌드 2025.12.19

요즘 할인은 왜 더 이상 설레지 않을까?

할인이 설레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은 이미 가격 경쟁을 끝내고 신뢰 경쟁으로 넘어갔다. 카카오톡 메시지와 SMS를 정리하는 일이 하루의 루틴이 된지 오래다. 읽지 않은 알림을 지우고, 굳이 남겨둘 필요 없는 메시지를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는 쇼핑몰들이 보내온 할인 메시지다. ‘오늘만 특가’, ‘최대 할인’,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문장들이 이름만 바꾼 채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한다. 메시지를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에 이른다. 정말일까?이 가격이 진짜 할인이 맞는지, 지금 사지 않으면 정말 손해를 보는 건지, 아니면 내일 또 다른 이름의 세일이 시작될 뿐인지. 할인은 분명 늘어났는데, 이상하게..

유통 트렌드 2025.12.16

2026년 한국 유통은 더 이상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2026년 한국 유통은 더 이상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방향을 정했고, 우리는 그 변화 위를 걷고 있다.2024~2025년 동안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변화들을 따라가며,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굳어지고 있는지를 기록해보려한다. 소비자는 더 조용해지고, 더 날카로워진다요즘 소비자는 예전처럼 유행을 좇지 않는다. 눈에 띄는 반응도 줄었고, 감정 표현도 조용해졌다. 하지만 판단은 분명히 더 날카로워졌다. 체감상 소비자는 상품을 믿기보다 시험한다. 브랜드의 말보다 후기의 톤을 보고, 광고 문구보다 ‘실제로 써본 사람의 문장’을 끝까지 읽는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다. 소비가 감정의 영역에서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쿠팡 이후의 소비자, 조용한 거리두기최근 쿠팡의..

시장 읽기 2025.12.12

요즘 사람들은 왜 편의점에서 ‘조용한 구매’를 선호할까?

편의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점원이 인사를 건네던 계산대보다, 이제는 셀프 계산대와 무인 결제 구역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린다. 물건을 들고 계산대에 서는 것보다, 아무 대화 없이 직접 결제 후 조용히 나가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소비자,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소비 심리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그 중심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강해진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한 세대’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관계 최소화가 ‘비효율이 아닌 선택’이 된 시대팬데믹 시기,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비대면 소비·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위험 요소이자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고, 대면은 ‘원래..

유통 트렌드 2025.12.09

겨울 제철 생선의 심리학

겨울이 시작될 즈음이면, 수산 시장의 여러 지표가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검색량이 오르고, 유통 카테고리의 판매 곡선이 변하며, 각 업체의 행사 기획 표 안쪽에 ‘방어’라는 글자가 하나둘 등장한다. 이 흐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왜 방어는 겨울마다 이렇게 강한 존재감을 가지는가?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방어는 계절, 공급 구조, 가격 전략, 소비자 심리까지 여러 요소가 겹겹이 맞물릴 때 가장 빛나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방어의 상품성을 끌어올린다데이터를 보면 방어의 품질은 온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겨울 기온이 내려갈수록 지방이 두텁고 단단해지며, 이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맛과 직접 연결된다.겨울 지방층 = 선호도 상승선도 유지력 개선 → 유통 손실..

시장 읽기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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