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

버터이야기 2. 프랑스는 어떻게 버터의 나라가 되었을까

rememberwaru 2026. 5. 2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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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사진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따뜻한 바게트 한 조각, 작은 버터 접시, 그리고 커피.

생각해보면 꽤 단순한 식사인데도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어떤 풍요로움을 느낀다. 아마 그것은 단순히 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프랑스의 식탁에서 버터는 오랫동안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버터 문화를 가장 섬세하게 발전시킨 나라 중 하나였다.

흥미로운 건 이것 역시 결국 기후와 지역성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프랑스 음식을 하나의 문화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프랑스 안에서도 음식의 결은 꽤 다르다.

남부는 올리브오일의 음식에 가깝다. 햇빛이 강하고 올리브가 잘 자라는 지중해성 기후 덕분이다. 반면 북부는 우유와 크림, 그리고 버터의 음식으로 발전했다.

 

본문 내 이미지는 ChatGPT  · DALL·E 등 AI 도구로 직접 생성한 것입니다.

 

특히 브르타뉴 와 노르망디 같은 북서부 지역은 풍부한 목초지와 서늘한 기후 덕분에 오래전부터 낙농업이 발달했다.

결국 좋은 버터는 좋은 우유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버터를 특별하게 다루게 된 이유는 단순히 재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세금과 종교, 귀족 문화까지 함께 얽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악명 높은 소금세, ‘가벨(gabelle)’이다.

과거 프랑스 왕실은 소금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소금은 단순 조미료가 아니라 식재료를 보존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었기 때문에 부담도 상당했다.

 

반면 브르타뉴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금 사용이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지역적 특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소금 버터 문화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생각해보면 음식은 늘 정치와 경제, 기후와 연결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건 중세 유럽에서 버터가 지금처럼 흔한 음식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좋은 버터는 꽤 귀한 식재료에 가까웠다. 안정적인 낙농업과 저장 기술, 풍부한 목초지가 모두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버터는 단순한 지방이 아니라 풍요로운 농업 구조 위에서만 가능했던 음식이었다.

 

심지어 종교 역시 버터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중세 가톨릭 문화에서는 특정 기간 동안 동물성 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금육 문화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유럽 지역 사람들에게 버터는 중요한 열량원이기도 했다.

 

결국 일부 지역에서는 금육 규정 완화를 위한 기부 문화가 생겨났고, 여기서 꽤 유명한 역사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프랑스 일부 성당은 이 기부금을 통해 건축 자금을 마련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버터 탑(Tour de Beurre)’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꽤 상징적인 장면이다.

 

어떤 시대에는 버터를 먹는 문제조차 종교와 연결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그 비용으로 성당의 탑을 세웠다.

결국 버터는 단순 음식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경제와 종교, 생활 방식까지 함께 담고 있었던 셈이다.

 

본문 내 이미지는 ChatGPT  · DALL·E 등 AI 도구로 직접 생성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프랑스 귀족 문화와 왕실 요리가 발전하자 버터는 더 정교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버터를 녹여 만든 소스,
겹겹이 층을 만드는 페이스트리,
빵 사이로 퍼지는 풍미.

 

프랑스 요리에서 버터는 단순히 지방을 추가하는 재료가 아니었다. 음식의 향과 질감을 설계하는 구조 자체에 가까웠다.

 

우리가 좋은 크루아상을 먹을 때 기억하는 것도 사실 대부분 버터의 향이다.

따뜻한 결 사이에서 천천히 퍼지는 고소함과 묵직한 풍미.

프랑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 작은 차이를 음식의 완성도로 받아들여왔다.

 

특히 프랑스 버터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발효버터다.

오늘날에는 고급 식재료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시작은 냉장 기술이 부족했던 시대의 저장 방식에 가까웠다. 크림을 자연스럽게 발효시키며 풍미가 더 깊어졌고, 유산균 특유의 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 저장 기술이 아니라 ‘더 좋은 풍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프랑스는 버터를 통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풍미를 설계하는 문화를 발전시켜온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사람들은 그 느린 풍미를 기억하기 위해 좋은 버터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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