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 앞 문방구는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무 냄새와 종이 냄새가 섞여 있었고, 주인은 우리가 무엇을 사러 왔는지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동전 몇 개를 손에 쥐고 지우개 하나를 고르는데도 한참을 서 있던 시간. 그곳에는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 있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 공간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작은 관계가 쌓이던 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공간은 사라졌고, 나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매장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종종 사람이 없는 매장에 들른다. 문을 열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매장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인사를 할 필요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물건을 고르고 기계 앞에 서서 결제를 하면 끝이다.처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