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를 관리하다 보면 참 묘한 일이 생긴다.
재고가 많으면 안심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되고, 반대로 재고를 줄이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품절이 발생한다.
결국 재고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개가 남아 있느냐”가 아니다.
지금 판매되는 속도에 비해 재고가 많은가, 적은가.
이걸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품목이 수십 개를 넘어 수백 개가 되기 시작하면 엑셀을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써봤다.
재고가 정리된 엑셀 파일을 ChatGPT에 넣고 과잉재고와 품절 위험 상품을 찾아달라고 해봤다.
과연 어디까지 찾아낼 수 있을까?
현재고만 보면 재고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A상품의 재고가 100개 있다고 해보자.
100개면 많을까, 적을까?
이것만 가지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루에 5개씩 팔리는 상품이라면 약 20일치 재고다. 반면 하루에 50개씩 팔린다면 이틀이면 재고가 사라진다.
같은 100개라도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재고를 볼 때는 최소한 몇 가지 데이터를 함께 봐야 한다.
현재고, 최근 판매량, 일평균 판매량, 입고량, 입고 예정량, 리드타임 등이다.
문제는 품목이 많아질수록 이런 숫자를 하나씩 계산하기가 상당히 번거롭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ChatGPT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일단 재고 엑셀을 넣어봤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재고 엑셀 파일을 첨부하고 먼저 이렇게 질문했다.
“이 파일의 구조를 분석하고 재고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주요 항목을 알려줘.”
개인적으로는 엑셀 파일을 첨부하자마자 바로 분석부터 요청하기보다는 이 과정을 먼저 거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AI가 날짜, 상품명, 현재고, 판매량 등을 내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질문했다.
“최근 판매량을 기준으로 재고가 과도하게 많은 상품을 찾아줘.”
여기서부터 꽤 재미있어진다.
단순히 현재고가 많은 상품을 정렬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속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고가 많은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재고 상품을 찾아봤다
재고가 500개 있는 상품과 100개 있는 상품이 있다고 해보자.
숫자만 보면 당연히 500개짜리가 과잉재고처럼 보인다.
하지만 500개짜리 상품이 하루 200개씩 팔리고, 100개짜리 상품은 하루 2개씩 팔린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질문할 수 있다.
“현재고를 최근 일평균 판매량으로 나누어 재고일수를 계산하고 재고일수가 높은 상품부터 정리해줘.”
예를 들어 재고가 120개이고 하루 평균 10개가 판매된다면 약 12일치 재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단순 재고수량보다 훨씬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하다.
여기에 기준을 하나 더 줄 수도 있다.
“재고일수가 10일 이상인 상품만 찾아줘.”
또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재고가 증가한 상품을 찾아줘.”
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실제 업무에서는 더 흥미롭다.
단순히 재고가 많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과잉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품절 위험을 찾아봤다
과잉재고보다 업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품절이다.
특히 판매량이 높은 상품은 하루만 품절돼도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 질문했다.
“현재 판매속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3일 이내 재고가 소진될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찾아줘.”
현재고와 일평균 판매량이 있다면 기본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재고관리에서는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입고 예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고가 하루치밖에 없어도 내일 충분한 수량이 입고된다면 위험 상품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재고가 5일치 남아 있어도 다음 입고가 일주일 뒤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봤다.
“현재고, 일평균 판매량, 다음 입고 예정일을 함께 고려해서 품절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찾아줘.”
이렇게 질문하는 편이 실제 재고관리와 훨씬 가까워진다.
안전재고 기준까지 넣으면 더 현실적이다
재고관리에는 보통 안전재고라는 개념이 있다.
예상보다 주문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입고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량을 추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재고가 0이 되는 날짜만 계산하는 것보다 안전재고 이하로 내려가는 시점을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최소 2일치 판매량을 안전재고로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안전재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찾아줘.”
이제 단순한 엑셀 정렬과는 조금 다른 분석이 된다.
현재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고 → 판매속도 → 재고일수 → 입고예정 → 안전재고
순으로 여러 조건을 함께 보는 것이다.
센터별 재고를 비교하는 것도 유용하다
같은 상품이라도 센터마다 판매속도가 다를 수 있다.
A센터에는 재고가 남아도는데 B센터에서는 계속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동일 상품의 센터별 재고일수를 비교해서 센터 간 재고 불균형이 큰 상품을 찾아줘.”
만약 센터 간 재고 이동이 가능한 구조라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한쪽 센터에는 과잉재고가 있고 다른 센터에는 부족한 상품을 찾아서 이동이 필요한 상품을 정리해줘.”
물론 실제 이동 여부는 물류비, 유통기한, 작업시간 등을 고려해서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수백 개 상품 중 어떤 상품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지 후보를 추려내는 용도로는 상당히 편리하다.

유통기한 데이터가 있다면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신선식품이나 식품 재고에서는 재고수량만큼 중요한 것이 유통기한 또는 소비기한이다.
재고가 많이 남아 있는데 판매속도가 느리고 소비기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관련 데이터가 있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판매속도와 남은 소비기한을 비교해서 정상 판매로 소진하기 어려운 상품을 찾아줘.”
이 결과를 가지고 할인판매나 프로모션이 필요한 상품을 검토할 수 있다.
재고분석이 단순히 물류의 영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 전략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었다
ChatGPT로 재고 엑셀을 분석해 보면서 다시 느낀 것은 재고수량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재고 1,000개가 많은 것도 아니고 10개가 적은 것도 아니다.
판매되는 속도와 다음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계산을 모든 상품에 반복해서 적용하는 작업은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꽤 번거롭다.
ChatGPT를 활용하면 자연어로 조건을 설명하고 위험 상품부터 찾아볼 수 있다.
물론 AI가 발주까지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AI가 계산한 재고일수만 보고 실제 발주량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프로모션이 예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명절이나 주말처럼 주문이 갑자기 증가하는 시기가 있을 수도 있다.
공급업체의 생산 일정이나 휴무일도 고려해야 한다.
신선식품이라면 날씨와 유통기한도 중요하다.
결국 ChatGPT가 알지 못하는 현장 변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는 AI의 역할을 ‘발주 담당자’보다는 ‘재고 이상 징후를 찾아주는 분석 보조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엑셀을 보는 순서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재고 엑셀을 받으면 우선 정렬부터 했다.
재고가 많은 상품을 보고, 판매량을 확인하고, 입고 예정량을 보고 다시 계산했다.
이제는 파일을 먼저 넣고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이 데이터에서 과잉재고와 품절 위험이 동시에 높은 상품부터 찾아줘.”
그다음 AI가 찾아낸 상품을 원본 데이터에서 다시 확인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AI가 결정을 대신해준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를 빠르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수백 개의 상품을 전부 같은 비중으로 바라보는 것과 위험 가능성이 높은 10~20개 상품부터 확인하는 것은 업무 효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
결국 AI 시대의 재고관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모든 숫자를 직접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먼저 이상한 숫자를 찾게 하고, 사람은 그 이유와 대응 방법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재고 엑셀을 열게 된다면 한 번쯤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다.
“지금 이 재고에서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상품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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