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한 줄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 뉴스를 하나 보다가 시선이 멈췄다. G마켓이 알리바바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Lazada)'와 손잡고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었다. G마켓에 입점해 있는 60만 명의 셀러, 2천만 개가 넘는 상품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5개국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국제 배송은 G마켓과 라자다가 함께 맡는 방식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제휴 기사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유독 눈에 들어왔다. 6년 전, 나 역시 이 시장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때의 고민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6년 전, 넘지 못했던 현실의 벽들
그 시절엔 단순한 호기심이나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었다. 실제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 물류망 구축부터 세금, 수익 구조, 파트너 발굴까지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하나하나 현실에 부딪치다 보니, 생각보다 벽이 높았다. 단순한 “좋은 아이디어”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부딪친 건 물류였다. 한국에서 동남아로 직배송을 하려면 항공 운송료가 만만치 않았다. 비용이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판매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지 물류 인프라도 고르지 않아 배송 지연이나 분실 리스크가 컸다. DHL이나 EMS를 쓰면 비용이 터지고, 저가 배송은 고객 경험이 나빠졌다. 중소 셀러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다음은 규제였다.
식품, 뷰티, 생활용품 등 주요 품목군마다 수입 허가와 성분 규제가 촘촘했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해서 그대로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현지 인증과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실제로 수출할 수 있는 SKU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규모를 만들기 힘들었다.
물류비와 규제가 얽히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무너졌다.
동남아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배송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어렵고, 셀러가 부담하면 남는 게 없다.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확보해 물류 단가를 낮추지 못하면 구조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지 물류 거점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직접 거점을 만들자니 초기 투자 부담이 상당했고, 운영할 파트너를 찾자니 한국처럼 정밀하게 물류를 돌릴 수 있는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직영으로 한다면? 인력, 문화, IT 시스템 차이 등 모든 걸 새로 세팅해야 한다. 이 고민만으로도 회의가 몇 달을 이어졌고, 계산기를 수없이 두드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남아’라는 단어의 함정
또 하나 크게 느꼈던 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남아 시장’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뭉뚱그려져 있는가였다. 실제로는 단일 시장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는 할랄 인증이 필수적인 이슬람권이고, 싱가포르는 고소득층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이다. 베트남과 태국은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지역별 인프라 수준 차이가 크다. 종교도, 소득 수준도, 소비 문화도 제각각이었다. 한 전략으로 묶어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이 복잡성이 전략 수립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한류만 믿고 덤벼서는 안 된다는 교훈
그 시절 마음 한켠에 늘 있었던 생각이 있다.
“한류만 믿고 무턱대고 덤볐다가는 초기에 투자만 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물류, 규제, 가격, 시장 복잡성까지 네 겹의 벽이 앞을 막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의미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G마켓–라자다 제휴는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그림이다. G마켓과 라자다가 국제 배송을 직접 담당하고, 라자다가 현지 통관·배송 인프라를 제공한다. 규제 대응도 셀러 필터링 단계에서 해결된다. 6년 전엔 셀러가 모든 걸 감당해야 했지만, 이제는 플랫폼이 그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던 일들이, 인프라와 플랫폼의 힘으로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브한 접근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할 거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이미 라자다와 쇼피라는 강자들이 시장을 단단히 쥐고 있다. 단순히 “물건만 올려두면 팔리겠지” 하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다. 동남아 소비자들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가격, 품질, 배송, 리뷰, CS까지 꼼꼼히 본다.
상품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시장에 들어가려면 다음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물류비, 수수료, 마케팅 비용을 모두 포함했을 때 충분한 마진이 남는가
- 세금과 정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고 있는가
- 성과가 나기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자금과 인내심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플랫폼이 길을 열어줘도 결국 지속 가능한 모델은 세우기 어렵다.
이번 G마켓–라자다 제휴는 단순한 제휴 뉴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나 기업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물류·규제·시장 진입의 장벽을, 이제는 플랫폼이 대신 해결해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홍보성 기사로만 받아들이고 “우리도 나가보자” 하는 식으로 접근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동남아 진출은 여전히 전략, 자본, 실행력을 모두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나 역시 6년 전,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발을 돌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 기사가 더 유난히 눈에 띄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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