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보상

[재가요양 9] 간병의 경제학

rememberwaru 2025. 10. 1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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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생활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자, 가계부의 모습도 서서히 달라졌다. 처음엔 공단 지원이 있으니 큰 부담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매달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새어 나가는 비용이 있었다. 한 번에 크게 나가는 돈이 아니어서 초반엔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월말 정산 때마다 분명한 패턴으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요양보호사 본인부담금이다. 2등급 기준 하루 6시간, 월 20일을 이용하면 약 27만 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여기에 정기 진료비, 재활 치료비, 약값, 교통약자 콜택시 요금 등이 정기적으로 들어간다. 콜택시는 일반 택시보다 저렴하지만, 재활 병원 왕복만 해도 한 번에 5천 원 이상, 월 몇 차례만 이용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교통비는 병원 예약 시간을 출퇴근 혼잡 시간대를 피해 조정하니 조금씩 절감할 수 있었다.

 

소모품 비용도 꾸준하다. 기저귀, 물티슈, 소독제, 욕창 방지 패드 등은 매일 사용되기 때문에 정기 구매가 필요하다. 처음엔 약국에서 그때그때 구입했지만, 곧 정기배송으로 바꾸었다. 배송 주기를 설정해두면 물품이 떨어질 때마다 서두를 필요가 없고,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 특히 장기요양등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할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니 월 2~3만 원 정도 절감이 가능했다.

 

의료기기 대여 역시 눈여겨봐야 할 항목이다. 전동 침대와 에어매트는 공단을 통해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지만, 펌프 고장이나 부품 교체는 지원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업체와 정기 점검 일정을 미리 잡아 두었고, 덕분에 예상치 못한 수리비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출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간병 전용 가계부를 만들었다. 본인부담금, 소모품, 병원비, 교통비, 예비비 항목으로 나누어 정리하자 어디에서 비용이 발생하는지 한눈에 보였다. 숫자로 구조를 파악하니 절감 포인트도 명확해졌고, 감에 의존하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전략이 세워졌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지자체의 지원 제도다. 시청 복지과나 보건소에 문의해보면, 소득 기준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소모품이나 교통비를 추가 지원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만 듣고 넘어갔다면 몰랐을 제도들이다. 실제로 우리도 담당자에게 문의해 기저귀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는 월간 지출 구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간병비는 매일 조금씩 새어 나가는 돈이다. 체계적인 관리와 제도 활용 없이는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숫자를 통해 지출을 가시화하고, 생활 동선과 제도를 조금씩 정비해 나가는 과정이 장기 간병을 버티는 또 하나의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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