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금방 도착하는 게 당연해졌다. 밤늦게 주문한 우유가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 놓여 있고, 저녁에 떨어진 생수는 1시간 만에 온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다림 자체가 사라졌다.
나 역시 무심코 쿠팡 앱을 켜고, “내일 오겠지” 하는 기대감이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그 뒤에 어떤 구조가 숨어 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유통 플랫폼 업계에서 일하며 가까이서 그 구조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예전부터 수수료가 높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40% 안팎의 수수료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 보면 플랫폼이 과도하게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송 송출을 위해 통신사에 지불하는 플랫폼 사용료, 결제 수수료, 물류비, 반품 처리비 등 각종 비용이 그 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면, 실제로 남는 마진은 생각보다 훨씬 얇은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도 내부적으로 ‘이 구조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까’라는 얘기가 자주 오갔다.
그래서 요즘 퀵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수수료가 40%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낯설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과장된 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물류비·보관비·광고비·쿠폰비 등을 모두 합산하면 판매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25~3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계약이나 광고를 많이 집행하는 셀러들은 4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이건 단순한 ‘수수료율’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플랫폼이 감당한 물류와 재고, 배송 인프라 비용이 다시 판매자에게 전가되는 방식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쿠팡이나 배민이 만들어놓은 ‘빠른 배송’ 습관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 역시 요즘은 배송이 하루만 늦어도 괜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건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리듬 자체가 배송 속도에 맞춰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연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플랫폼이 재고를 미리 사입하고, 물류센터와 거점을 운영하며, 촘촘한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고정비와 변동비가 모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 중개 수수료만으로는 이 모델이 성립하지 않는다. 물류와 재고 리스크를 지는 만큼, 플랫폼은 높은 수수료 체계를 요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셀러는 더 얇은 마진 구조를 감당해야 한다.

내가 과거 업계에서 봐왔던 것도 결국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된 플레이어만이 이런 고정비 구조를 장기간 감당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몇몇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금의 퀵커머스 시장 역시 그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속도가 빠를수록 좋지만, 그 속도를 지탱하는 구조와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퀵커머스의 경쟁은 ‘누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와 자본, 전략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이미 시작됐고, 오래 버티는 자만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속도가 시장을 흔들었지만, 끝내 판을 가르는 건 ‘속도를 버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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