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에 계실 때 낙상 사고가 한 번 있었다. 아내의 전화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엄마가 침대에서 내려오시다가… 조금 미끄러졌어.”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놀람과 자책,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병원에서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그 일을 겪고 난 뒤 가족 모두의 시선이 바닥과 손잡이, 침대와 휠체어 사이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바뀐 건 이동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태도였다. 이전엔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들이 모두 ‘위험 요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길 때는 아내나 요양보호사가 허리를 곧게 세우고, 환자의 팔과 몸을 지탱해 중심을 단단히 잡은 뒤 한 번에 옮기는 요령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작은 삐끗임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이다.
이동 동작은 말로만 배우면 소용이 없었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해, 아내와 처형이 함께 따라 해보며 몸에 익혔다. 환자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휠체어의 위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바닥에 깔린 매트가 미끄럽지 않은지까지 하나씩 체크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가 자동으로 자세를 잡고 움직이게 됐다.
집 안 구조도 조금씩 바뀌었다. 욕실에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았다. 문지방에는 낮은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가 부드럽게 오갈 수 있게 했다. 전동 침대와 욕창 방지 에어매트는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저렴하게 대여받았다.
공단에서 지정한 업체가 직접 설치해주었고, 유지보수도 정기적으로 진행됐다. 처음엔 이런 장비들이 낯설고 과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이 곧 ‘안전’ 그 자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내와 처형이 주말마다 교대로 돌보는 동안도 불안감이 훨씬 줄었다. 낙상 이후에는 단 한 번의 이동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이제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짧은 순간에도 가족 모두의 몸이 본능적으로 긴장한다. 그 긴장이 쌓여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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