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인터넷 뱅킹과 간편결제. 하지만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은행 창구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다.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는 일은 낯설고 불안한 일로 여겨졌다. 간편결제가 세상에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QR코드를 찍어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현금을 꺼내는 것보다 핸드폰을 들어 결제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혁신은 어느 순간 일상이 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도 그 길을 걸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제도와 규범이 자리를 잡으면 언젠가 우리는 “왜 이제야 이렇게 됐을까?”라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일상 속 변화는 이미 곳곳에 나타난다. 해외 직구를 할 때면 환율과 카드 수수료가 청구서에 반영되어 실제 결제 금액이 달라지곤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원화에 연동된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서 꺼내 곧바로 결제할 수 있다. 환율 걱정이 없어지고, 수수료도 거의 사라진다. 예컨대 10만 원짜리 운동화를 결제할 때, 우리는 진짜 10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해외 송금도 달라질 수 있다. 유학 중인 자녀에게 생활비를 보낼 때, 은행 송금은 수수료가 많고 이틀 이상 걸린다. 제대로 돈이 이동하는지 불안하기도 하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하면 몇 분 내에 도착하고, 수수료는 훨씬 작아진다. 얼마든지 보냈다 하면 곧바로 전달된다.
게임이나 콘텐츠 결제도 마찬가지다. 천 원, 이천 원 단위의 결제도 청구서에는 환율과 수수료가 더해져 실제 금액이 불쑥 커진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라면 천 원은 천 원 그대로 남는다. 작은 금액일수록 더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편의점이나 동네 가게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카드를 쓸 때마다 점주는 2~3%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천 원짜리 과자 하나를 팔아도 몇십 원이 수수료로 떼이고, 정산은 며칠 뒤에만 이루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수수료는 0.5% 이하로 떨어지고, 결제 대금은 즉시 정산된다. 점주의 부담은 줄고 소비자도 더 다양한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수출입 업체들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대금을 받을 때 은행 송금을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며칠이 걸리며 환율 변동의 리스크가 따른다. 카드사와 중개 수수료도 부담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송금이 몇 분 안에 끝나고 환율 리스크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 수출 대금에서 1~2% 손실이 발생하던 구조도 거의 전액 보존 가능한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 투명성과 속도도 동시에 개선된다.
특히 구독 서비스나 SaaS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고객에게 결제 받는 과정에서 카드사 수수료나 결제 지연으로 수익이 깎이곤 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수수료가 1% 이하로 낮아지고, 정산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 수익 예측성이 높아진다. 월 구독료 10달러를 받는다면, 지금은 실질적으로 9달러 정도만 손에 쥐지만, 제도화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거의 전액이 매출로 남을 수 있다.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또한 이익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카드 매출이 발생해도 정산은 며칠 뒤에 밀려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카드 수수료로 2~3%가 빠져 나간다. 카드사 대출을 쓰는 경우도 많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받으면 즉시 정산되고, 수수료는 대폭 줄어든다.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인 편의점이라면 기존에는 2~3만 원이 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갔지만, 도입 후에는 5천 원 이하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혁신에는 위험이 함께 따라온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가져올 위험과 한계도 있다. 알고리즘 기반 코인의 붕괴 가능성은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사례에서 이미 경고가 됐다. 준비금 기반인지 알고리즘인지, 담보 기반인지 명확한 제도적 구분이 필요하다.

금융 안정성도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시장을 잠식한다면 원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통화 정책은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자금세탁과 불법 송금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AML(자금세탁방지) 체제와 규제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소비자 보호도 간과할 수 없다. 발행사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면 소비자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금자 보호 제도와 같은 안정망이 필요하다.
기술적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해킹, 지갑 분실,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성 등은 현실적인 위협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소비자는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를 경험하고, 기업은 거래와 정산에서 효율을 얻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금융 안정성,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와 같은 과제를 피할 수 없다. 마치 인터넷 뱅킹과 간편결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이제 막 걸음을 뗀 혁신이다.
중요한 건 단순히 허용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균형 잡힌 규제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러면 이 혁신이 진짜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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